최근 몇 년 전부터 나오는 아파트 광고를 보면, 가족의 구성원 중 ‘아내’가 갖고 있는 의사결정권이 세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러한 광고가 보여주는 ‘살기 좋은’ 아파트의 모습은 주변이 밝고 안전하며, 아이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원과 보육시설이 있고, 문화 커뮤니티를 즐길 수 있는 등 ‘여성’을 배려한 주거 환경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여성이 다양한 사회참여를 통해 가정 내에서 생산자, 의사결정자의 입지를 굳히면서 아파트뿐 아니라 도시를 계획하고 개발할 때도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여성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여성을 위한 해당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보육시설의 확충이다. 그 예로, 서울시는 ‘2012 서울 여성 일자리박람회’와 같이 젊은 층뿐 아니라 경력이 단절된 중장년층 여성까지 지원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 취업 및 창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여성의 취업과 보육을 도시가 나서 지원하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그중 여성이 살기 좋은 대표적인 도시로 손꼽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어바인시는 여성 취업의 기회가 많음은 물론 보육시설이 충분해 맞벌이 여성의 고민을 덜어준다. 특히 300개 이상의 보육시설과 함께 시청 내 자녀양육부서가 약 10년 전부터 운영되는 등 도시 차원에서 여성을 배려한 모습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 지난 20여 년간 의료장비, 자동차, 컴퓨터 소프트웨어, 무선통신 등 고부가가치 산업 기업이 다수 입지해 자족성을 확보, 다양한 산업군에 걸쳐 여성의 일자리를 늘린 점도 한몫했다. 두 번째, 도시의 ‘안전’이다. 여성이 늦은 시간에 귀가할 때도 마음 놓고 좁은 골목길을 지나갈 수 있도록 충분한 폐쇄회로(CC)TV와 가로등 설치, 그리고 적극적인 순찰 등 도시의 치안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치안시스템은 여성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 특히 자녀의 안전에 더욱 중요하다. 셋째, 도시 인프라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세심함이다. 여성이 부담없이 유모차를 끌고 아이와 나들이를 즐길 수 있으며 하이힐을 신고도 편하게 걸을 수 있는 평지형 공원 등 사용자를 위한 배려가 숨어 있어야 한다. 이렇게 도시 전반에 걸쳐 여성과 아이를 세심하게 배려하는 곳으로 광교신도시를 예로 들 수 있다.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는 오직 여성만을 위한 배타적인 의미가 내재된 것이 아니다. 도시 개발과 발전 단계에서 꾸준히 여성의 고민에 귀 기울인다면, 이러한 혜택은 가족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다. 이렇게 ‘여성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여러 기관과 지자체가 꾸준히 노력한다면 우리 가족 모두가 안전하고 날마다 행복한 도시에서 살 수 있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 김경숙 한국여성건설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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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KOWSAE Archives
November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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